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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광기 어린 엄마의 이상한 집착

by jia's-weetbox 2025. 3. 5.

1. 줄거리

 손바닥 만한 한 아기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아기의 이름은 클로이.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지만 이 아이는 자라서 부정맥, 혈색소증, 천식, 당뇨병, 마비 등을 앓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매일마다 약을 한 움큼씩 먹고 일상적인 구토를 반복합니다. 이렇기에 클로이는 엄마인 다이앤과 함께 홈스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올해 17세로 워싱턴 대학에 원서를 낸 후로 집 앞에 우체국 트럭이 올 때마다 달려 나가지만 언제나 엄마인 다이앤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다이앤은 클로이에게 합격통지서가 오면 가장 먼저 줄 테니까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앤이 장을 보고 돌아왔을 때, 다이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클로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인 초콜릿을 빼돌리기 위해 엄마의 장바구니를 열어봅니다. 초콜릿 한 움큼을 숨겨두려고 꺼내던 중 평소에 자신이 자주 먹던 초록색 알약이 들은 통을 발견하는데 그 통에는 강력한 주의가 붙은 경고 메시지와 자신의 엄마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무언가 의아해진 클로이는 자기 전 약을 주러 온 엄마에게 낮에 자신이 본 것들을 물어봅니다. 다이앤은 요즘에는 영수증이 병에도 붙어 나온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합니다. 클로이는 의심을 떨치려는 듯 평소처럼 다이앤이 건네준 약을 삼킵니다.

 하지만 의식하기 시작하자 매일 먹는 그 약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평소에 기계공학에 관심이 많던 클로이는 자신에 방에 있는 기계로 손이 닿지 않는 선반에서 약통을 빼오는 데 성공합니다. 그 약통에는 '트리곡신'이라고 적혀있는데 이번엔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조심히 자신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떼 보자 뒤에는 소름 끼치게도 다이앤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클로이는 그때부터 엄마가 준 약을 먹지 않고 모아두고 자신이 매일 먹는 약의 정체를 알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어느 늦은 밤, 클로이는 트리곡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거실에 내려와 컴퓨터를 켜지만 왜인지 갑자기 인터넷이 끊겨있는데 멀리 부엌에서 다이앤이 섬뜩한 눈으로 클로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음날 클로이는 엄마가 텃밭에 물을 주는 동안 전화기를 들어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트리곡신에 대해 검색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무작위로 전화를 받은 사람은 조금 신경질을 내다가 결국엔 클로이의 부탁대로 구글에 트리곡신을 검색해 줍니다. 트리곡신은 중증 심장질환 치료제가 맞았으나 문제는 트리곡신의 이미지가 클로이가 먹는 초록색과 회색이 결합된 알약이 아니라 빨간색 알약이었다는 것. 

 이 약의 정체를 알기 위해 클로이는 다이앤에게 영화를 보러 나가자고 말하고 영화관으로 향합니다. 영화가 한참 상영중일 때 클로이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영화관을 빠져나와 마침 근처에 있는 자신의 약통에 써져 있던 약국으로 달려갑니다. 그동안 먹지 않고 모아둔 약을 약사에게 보이지만 약사는 처음에는 기밀이라 약의 정보를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클로이는 엄마와 게임 중이라 약의 정보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기지를 발휘하며 다시 한번 묻습니다. 그러자 약사가 충격적인 사실을 말합니다. 그 약의 이름은 리도카인으로 개가 먹는 일종의 근육이완제였습니다. 약사는 그 약을 사람이 먹게 되면 하반신에 마비가 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 순간 충격을 받은 클로이의 뒤로 다급하게 클로이를 찾는 다이앤이 나타나 클로이에게 진정제를 주사합니다. 다시 집에서 깨어난 클로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이상한 약을 먹이고 감금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이 깨닫습니다.

 

2. 등장인물 

1. 클로이

 - 선천적으로 많은 지병을 가지고 있지만 호기심 많고 꿈도 많은 17세 소녀입니다. 영화에서 나타난 클로이의 모습은 기계 공학에 관심이 있어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뭔가를 용접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있어 보입니다. 클로이는 물리적, 정신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만의 자유를 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입니다. 어머니의 통제 속에서 억눌린 삶을 살고 있지만, 엄마가 자신에게 이상한 약을 주고 자신을 감금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바로 탈출을 감행합니다. 클로이는 그동안 엄마가 자신을 돌보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  다이앤

 - 클로이의 엄마로 딸에게 이상한 집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앤은 딸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지배하려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과잉보호적인 어머니이자 어딘가 이상하게 냉정하고 계산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모임에서도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들과 달리 자신은 클로이가 자라는 17년 동안 조금도 쉬지 못했지만 아이는 자신을 두고 대학에 가버리는 것이 억울해 보입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불편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대체 이 여자가 왜 이러나 이해가 안 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그녀의 끈질긴 집착의 이유가 드러납니다.

 

3. 총평

 영화에서 드러났듯, 과잉보호와 통제라는 테마는 현실에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정신적, 물리적 해약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유를 찾아가려는 딸의 여정을 통해 자기 주도적 삶의 중요성을 부각합니다. 다이앤이 보여주는 모성애와 소유욕, 이상한 집착의 이유는 이 영화의 큰 반전이라 따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다이앤이 가진 클로이를 향한 마음은 처음에는 딸을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랑이 결국 집착과 지배욕으로 변질되며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게 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딸의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이 영화의 촬영 기법과 음악은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긴장감과 불안한 분위기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가 대부분 다이앤과 클로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보는 사람을 더욱 긴장하게 합니다. 문을 열었을 때, 또 클로이가 몰래 무언가의 정보를 알려고 할 때, 갑자기 다이앤의 까만 눈과 경직된 얼굴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함이 항상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 오랜만에 본 것 같습니다. 딱히 다른 조연 없이 두 주연이 완벽하게 영화를 이끌어 가는 느낌입니다. 특히 엄마 다이앤 역을 맡은 사라 폴슨의 연기가 다채롭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조금도 눈을 못 떼게 하는데 또 개연성이 부족하지도 않아서 약 1시간 반 동안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징그러운 장면이 안 나온다는 점입니다. 반전 있고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 찾으신다면 <런> 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