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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찬란하게 빛났던 청춘의 이름은

by jia's-weetbox 2025. 1. 22.

1. 줄거리

 영화는 2010년 잘 나가는 사업가 남편과 고등학생 딸을 둔 주부 임나미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경제적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지만, 자신의 삶에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청어머니 문병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누군가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병실에는 '하춘화'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학창 시절 나미의 절친한 친구 춘화로, 학창 시절의 활기찼던 모습과는 달리 폐암을 앓고 있는 그녀는 길어야 2개월 밖에 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고백합니다. 도와줄 거 없냐는 나미의 물음에 춘화는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다. 써니'라고 말하며 울음 섞인 웃음을 짓습니다.

 25년 전인 1986년,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의 새벌교고등학교에서 서울 진덕여자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18살의 임나미. 하지만 극도의 긴장감과 툭하면 터져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첫날부터 학급 내 날라리들의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미를 감싸주며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바로 춘화였습니다. 춘화는 나미에게 자신의 서클 친구들, 이른바 써니 멤버들을 소개해줍니다. 쭈뼛거리던 나미는 조용히 귀가하려다가 자신의 가방인 줄 알고 정신없이 가져와 버린 공구 가방에서 몽키스패너를 요란하게도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 상황이 재미있던 춘화는 쪽수도 맞출 겸, 얼떨결에 연장도 챙겨 온 나미를 경쟁서클 '소녀시대' 와의 싸움에 끌고 갑니다.

 경쟁서클 '소녀시대'와의 싸움에서 말발대결을 주고받던 써니 멤버들과 소녀시대, 전세가 소녀시대로 기울었을 때였습니다. 배고픔에 정신을 잃어가던 나미가 할머니께 전수받은 사투리 욕 신공으로 상대방을 단숨에 이겨버리는 대활약을 펼칩니다. 처음부터 나미가 마음에 들었던 춘화는 정식으로 나미를 써니의 멤버로 추천하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찬성하는 가운데 유독 얼음공주라 불리던 수지만 떨떠름한 반응을 보입니다.

 현재의 나미는 춘화의 부탁을 받아 흥신소에서 써니 멤버들을 찾습니다. 장미는 보험회사에서 실적이 안 좋아 상사에게 까이는 생활을 하고 있고, 금옥은 허름한 빌라에서 시어머니를 모시며 힘든 시집살이를, 복희는 술집에서 접대일을 하는 등 써니 멤버들은 대부분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나미가 수지를 제외한 멤버를 찾아냈을 때 뜻밖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나미의 딸 예빈이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노하는 나미에게 뭉치자고 말하는 춘화. 써니멤버들은 예빈을 구하기 위해 출동합니다. 예빈을 괴롭히던 일진들을 일망타진한 써니멤버들은 결국 경찰차로 연행되고 차에서 'Sunny'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볼륨 좀 올립시다' 하는 장미의 말과 함께 써니 멤버들은 미소를 띠며 하나둘씩 몸을 들썩이고 그 시절의 학창 시절을 떠올립니다.

 

2. 등장인물

1) 임나미

 영화의 주인공으로 전라남도 출신의 예쁘장한 여학생으로 나옵니다. 똑똑해서 공부도 잘하고, 사생대회를 나갈 만큼 미술실력도 좋은 학생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여리고 소심했으나 춘화와 친구들을 만나면서 활발하고 발랄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심지가 굳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 춘화의 부탁으로 써니 멤버들을 찾아주었으며 춘화의 유언으로 써니의 새로운 리더가 됩니다.

 

2) 하춘화

 써니의 리더로 학창 시절에는 무장한 경찰들 사이에서도 싸움을 이어나가고 친구들을 구할 정도로 전투력이 좋아 보입니다. 학창 시절 학교 짱으로 가는 곳마다 홍해가 열리 듯 길이 생기고, 전학 온 나미를 괴롭히는 날라리들을 한 번에 제압하는 등 의리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른이 된 춘화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대표가 되어 자신의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이 어려운 써니 멤버들을 돕는데 이 수준이 거의 인생 역전 수준입니다. 생전에 얼마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3) 김장미

 학창 시절 나미의 짝으로 항상 거울을 보며 어색한 쌍꺼풀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미의 집은 써니 멤버들의 아지트였으며, 큰집에 살고 친구들과 놀면서 부엌에서 꺼내온 수입과자를 먹는 것으로 보아 아버지가 군 내 고위급으로 당시에도 꽤 잘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보험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나미를 만나 친구들을 찾는 일을 돕게 됩니다. 춘화가 유언으로 장미가 일하는 보험회사의 거의 모든 보험을 일시불로 가입해 준 덕에 이달의 보험왕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4) 황진희

 국문학과 교수 집안의 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욕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습니다. 패싸움을 할 때는 화려한 욕으로 디스전을 펼칩니다.

 성인이 된 이후 과거의 흑역사는 모두 잊고 교양 있는 사모님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장미가 도발할 때 욕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어쨌건 부유한 집안에 시집을 간 덕에 생활에 지장은 없는 듯 보입니다. 춘화가 유언으로 써니의 부리더로 임명하는데 정작 본인은 '저 원래 부리더였는데요?' 하며 당황합니다.

 

5) 서금옥

  이름부터 '금옥'인 것을 보면 귀하게 자란 외동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명랑한 팀 내 분위기 메이커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해 대학도 국문학과를 지망했으며, 작가가 꿈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금옥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허름한 빌라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구박에 개인 시간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시집살이 중입니다. 가사 때문에 춘화를 만나지 못하고 지냈는데 춘화의 장례식날은 드디어 밥상을 뒤집어엎고 친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춘화의 유언으로 춘화가 소유하고 있던 출판사에 취직하며 나중에는 경영 사장이 됩니다.

 

6) 류복희

 명동에서 가장 큰 미용실을 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장래희망이 미스코리아인 학생으로 미스코리아 말투와 리본장식이 특징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가세가 기울어 학교를 중퇴하고 집안의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시작하지만 어머니의 사채빚 때문에 결국 술집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알코올중독과 우울증 등 심각한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학교 2학년 된 딸이 있지만 함께 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써니 멤버들 중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가장 커서 슬픔을 자아내는 인물입니다. 춘화의 장례식장에는 학창 시절과 같이 웃으며 친구들 앞에 나타납니다. 춘화의 유언으로 딸과 함께 살 아파트, 정신적 치료, 직업 훈련, 양육비, 교육비, 결혼 자금까지 모든 금전적 지원을 받았고, 직업 교육 기회까지 얻어 금옥의 출판사 사옥에 개인 미용실을 개업하게 됩니다.

 

7) 정수지

 별명은 얼음공주로, 작중 공인 최고 미인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예쁜 외모 덕분에 작품 중후반에는 잡지 모델로 활동 중이며, 소속사에서는 수지를 연예인으로 데뷔시키기 위해 안달이라고 할 정도로 예쁜 걸로 유명합니다. 학교 축제날에 본드를 하고 나타난 상미가 소란을 피우며 깨진 써니텐 병으로 수지의 얼굴을 긋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갑니다. 이 사건은 써니가 퇴학 처분을 받고 흩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지는 성인이 되어서도 찾기가 힘들었으며 작중 마지막 장면에 춘화의 장례식에서 'Sunny' 춤을 추고 있던 친구들 앞에 나타나며 친구들과 재회하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3. 총평

 이 영화는 어쩌면 저의 최애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n차 관람을 하며 볼 때마다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여성들의 우정을 재밌게 또 진지하게 탐구하며 우정의 가치와 힘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7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여고생이었던 발랄한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어 삶에 타협하기도 성격이 변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줍니다. 나미와 춘화가 주인공 급이라 좋아하지만 저는 특히 금옥이가 참 애정이 갑니다. 명랑하고 꿈이 많았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 작은 빌라에서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녀의 꿈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시 숨어있었던 것. 장례식장에서도 대리인의 실수에 바로 가위를 들고 눈을 치켜뜨는 모습이 예전의 금옥이가 다시 툭 튀어나온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과 같은 'Sunny'가 대표적인 테마곡이지만 저는 'Time After Time'을 들으면 어쩐지 쓸쓸해지고 그리우면서도 설레는 이상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영화는 단순한 추억을 넘어 우정과 용기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며 진정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암 투병 중인 춘화가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치유받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 시절의 사랑보다 빛나는 우정과 그리움을 담은 영화 <써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