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노팅 힐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연출한 영국 감독 리처드 커티스의 필모 그래피 중 하나로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며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변호사이지만 소심한 모태솔로인 팀 레이크가 자신의 가족들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21살이 되는 새해맞이 파티 때 함께 있던 여자의 키스를 거부하고 스스로 한심해하고 있던 팀은 그다음 날 아버지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됩니다. 바로 그의 집안의 남자들은 21세가 되면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로만 갈 수 있으며 돌아간 과거에서의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수정한 과거를 무효화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동의 방법은 어두운 곳에서 혼자 집중하고 가고 싶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룻밤 전의 새해맞이 파티로 이동한 팀은 어제 자신과 함께 있던 여자에게 키스를 해줍니다.
그리고 여름을 맞이 한 팀은 자신의 첫사랑인 샬럿과 여름휴가를 보냅니다. 팀은 샬럿을 꼬시기 위해 몇 번의 시간여행을 반복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그의 첫사랑은 이렇게 지나가는 듯합니다.
이후 변호사가 되어 런던으로 취직을 하러 간 팀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까칠한 극작가인 해리의 집에서 얹혀살게 됩니다. 런던의 로펌에 출근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팀은 어느 날 절친인 제이와 함께 간 블라인드 레스토랑에서 메리와 만나게 됩니다. 팀은 메리를 첫눈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라고 표현할 만큼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모습과 매력적이고 온화한 성격에 매료된 팀은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받고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날은 해리의 연극 초연날이었습니다. 해리는 자신이 쓴 극의 주연배우가 극 중 대사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초연을 망쳤다며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팀은 시간이동으로 해리의 연극이 망하지 않게 주연배우를 도와주고 작품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기쁨도 잠시 해리의 연극을 돕느라 제이와 레스토랑에 가지 못한 팀은 자연히 메리도 만나지 못하게 되고, 받았던 그녀의 번호도 사라지게 됩니다.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던 팀은 어느 날 메리가 좋아하는 모델인 케이트 모스의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은 채 한 걸음에 달려갑니다. 전시회에서 메리를 만났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팀은 메리를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났다는 파티가 열린 시간대로 돌아가 메리의 현재 남자친구인 루퍼트보다 먼저 메리를 만납니다. 과거로 돌아가 파티에서 만난 팀과 메리. 메리의 기억에 팀은 처음 보는 남자이지만 팀은 과거에도 두 번이나 메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다 팀이 루퍼트를 가리키며 '정말 재수 없네요'라고 말하고 메리도 '맞아요!'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둘은 연인이 되고 시간이 지나 동거를 시작합니다.
어느 날 팀은 로펌 동료인 로리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가 자신의 첫사랑인 샬럿과 재회하게 됩니다. 샬럿은 함께 있던 친구를 보내고 팀에게 둘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하고, 즐겁게 식사를 하던 차에 샬럿이 팀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함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말하며 유혹하는 샬럿에게 팀은 '그러니까... 만나서 반가웠어'라고 말하며 거절합니다. 그는 당황한 샬럿을 남겨 두고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 메리에게 달려갑니다. 거의 잠에 든 메리에게 헐떡거리며 청혼하려 하지만 메리는 잠에 들고, 실패한 팀은 시간 이동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메리에게 다가갑니다. 로맨틱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릎을 꿇은 채로 달콤하게 메리를 깨운 팀은 메리가 살짝 잠에 깨자 물어볼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혼해 줄래?'라는 물음에 '좋아. 물어봐줘서 고마워, 시끌벅적하게 해주지 않아서 더 고마워, 다른 사람은 싫어'라고 잠결에 장난치듯 말하는 메리에게 팀은 라디오를 끄고 온다고 말하며 어쩐지 어색하게 커튼 뒤로 갑니다. 사실은 그 뒤에 로리의 재즈 밴드를 숨겨놓았던 팀. 재즈 밴드는 연주를 멈추고, 팀은 따듯하고 포근한 메리의 곁으로 갑니다.
2.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
1) 레이철 맥아담스가 시간 여행자의 아내, 미드나잇 인 파리를 포함해 시간 이동을 하는 사람의 아내 역을 맡은 3번째 영화입니다.
2) 아버지가 본인의 시한부 사실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50세에 은퇴하는 사람이 암에 걸린 시간 여행자 말고 누가 있겠니'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로 미루어 보아 아버지는 원래 계속 대학교수로 일하다가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 50세에 은퇴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3) 팀은 시간여행으로 샬럿에게 두 번이나 고백합니다. 마지막 날에 한 첫 번째 고백에서 샬럿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고 하며 아쉽다는 식으로 말하고, 시간을 돌려 첫 번째 날에 고백을 하자 마지막날에 어떻게 되는지 보자는 식으로 대답을 미룹니다. 결국 팀은 시간을 돌려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임을 깨닫고 그녀에 대한 애틋한 풋사랑을 접습니다.
4) 팀은 나중에 만나서야 그때의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유혹하려고 하는 샬럿을 보며 깨닫습니다. 메리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시간대가 없었다는 것을, 그래서 팀은 샬럿을 만나고 오히려 메리에게 청혼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팀은 샬럿이 자신을 대놓고 유혹하는 것을 뿌리치고 메리에게 달려갑니다.
5) 팀은 메리를 꼬시기 위해 각각 다른 시간대에서 '우리 엄마 이름도 메리예요!'라고 세 번이나 말합니다.
3. 총평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인 이유를 알 수 있는 영화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비현실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화는 시간여행으로 일어나는 일보다는 시간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가족, 사랑, 인생 등을 조명하는 쪽이라 크게 괴리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쯤 생각하는 재밌는 상상을 경험해 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시간여행을 통해 권력이나 부를 쌓으려는 게 아니라 주변사람을 도와주고 더 로맨틱하게 사랑을 하는 모습들이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 여행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했던 팀은 결국에는 현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 모습이 감명 깊습니다. 진지한 주제를 던지면서도 재미있는 판타지 요소와 유머와 따듯한 감성이 잘 조화를 이루는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큰 장점은 감성과 잘 어울리는 장면의 비주얼입니다. 줄거리에 소개했던 팀이 샬럿의 유혹을 뿌리치고 메리에게 달려가 청혼을 하는 장면이나, 두 사람의 출근길 지하철 장면, 이미 너무 유명한 비 오는 결혼식과 메리의 빨간 드레스, 그리고 흘러나오는 'How Long Will I Love You'. 동화 같은 영화의 장면들이 너무나도 로맨틱 영화의 정수라, 팀과 메리와 같은 사랑을 꿈꾸게 합니다. 몇 번이고 리와인드해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어바웃 타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