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영화는 스티븐 슈워츠가 작곡하여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이라 불리는 동명의 뮤지컬 <위키드>를 원작으로 합니다. 이 영화는 뮤지컬 <위키드>의 1막인 파트 1의 내용으로, 총 2부로 완성되는 최종 작품의 전반부에 해당합니다. 뮤지컬을 영화화 한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도 뮤지컬과 같이 '넘버'라고 불리는 이야기를 담은 음악과 함께 내용이 진행됩니다.
날 때부터 초록 피부를 가진 엘파바 스롭이 하반신 마비를 앓는 여동생 네사 로즈를 시즈 대학교에 데려다주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원래는 금방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엘파바가 의도치 않게 자신의 마법적 능력을 드러내며 시즈의 마법학 학장인 마담 모리블의 눈에 띄게 됩니다. 모리블은 개인 수업을 제안하며 오즈의 마법사의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이야기는 엘파바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자신의 평생 콤플렉스였던 초록색 피부를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모리블의 도움으로 시즈에 입학하게 된 엘파바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기녀 글린다와 룸메이트가 되고, 서로를 영 이해 못 하는 두 사람은 좌충우돌의 매일을 보내게 됩니다.
반항적이지만 매력적인 전학생 피예로 티겔라르가 주최한 오즈 더스트 볼룸 댄싱 파티에 글린다가 선물한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나타난 엘파바는 학생들에게 비웃음을 사지만, 바로 그날 글린다와 함께 춤을 추게 되며 둘은 참 이상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이후 오즈의 마법사에게 초대를 받은 엘파바를 배웅해 주러 온 글린다에게 엘파바는 함께 가자고 말합니다. 엘파바는 출발하는 기차 안에서 글린다에게 손을 뻗고 즉흥적으로 손을 맞잡은 글린다도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2. 뮤지컬과 다른 재미있는 특징
1) 뮤지컬과 다르게 영화에서 엘파바와 네사 로즈의 아버지 스롭 영주는 엘파바를 쉬즈에 데려가기만 하고, 네사 로즈만 입학시킵니다. 엘파바는 다리가 불편한 네사 로즈가 그녀의 짐을 풀고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 시중을 들고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뮤지컬과 같이 마담 모리블 앞에서 얼떨결에 마법을 사용한 엘파바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학장인 모리블의 권유로 쉬즈에 입학합니다.
2) 네사 로즈는 뮤지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많지 않았었는데, 영화에서는 도움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휠체어를 밀어주려 하는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하도록 믿어주는 것은 엘파바뿐입니다.
3) 뮤지컬에서는 마담 모리블이 흑막임을 예상할 수 있던 장면 일부를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이 수행함으로써 모리블의 정체를 숨긴 듯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역할이 기숙사 사감인 미스 코틀에게 넘어갑니다.
4) 뮤지컬 1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엘파바가 Defying Gravity의 하이라이트를 부르며 단숨에 날아오르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는 그와 달리 엘파바가 추락하다가 유리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고 다시금 날아오르는 연출로 바뀌었습니다.
5)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에 입성하고 도시에 울려 퍼지는 One Short Day안의 위즈 오 마니아 공연 안에 뮤지컬 오리지널 초연 배우인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깜짝 출연을 합니다. 추가된 그리머리 소개 장면에서 뮤지컬 원작의 캐릭터성을 반영한 장면들이 나와 원작 팬들에게도 재밌는 포인트로 느껴질 듯합니다.
6) 뮤지컬에서는 엘파바와 글린다가 초록색 선글라스를 쓰고 에메랄드 시티에 방분해 도시가 초록색이라고 믿게 만드는 설정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실제로 도시가 온통 초록색(에메랄드색)인 걸로 나옵니다.
7) '오즈의 마법사'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상징인 노란색 벽돌길은 소설, 뮤지컬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마법사가 미니어처 길을 만들어놓고 엘파바와 글린다에게 벽돌의 색을 정하게 합니다.
3. 총평
원작의 뮤지컬 넘버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는데도 아주 재미있게 관람한 영화였습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안에 호흡이 늘어지는 장면들도 몇몇 있었지만 시공간이 제한적인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웅장한 스케일과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회상 신 등 영화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더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엘파바와 글린다 두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성격과 외모 모두 불리했지만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엘파바, 밝기만 했던 성격이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글린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하모니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특히 파트 1의 테마곡인 'Popular'와 'Defying Gravity'는 두 캐릭터의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는 두 곡입니다. 영화는 판타지 이야기를 넘어 차이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차별과 이해, 성장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이것은 판타지 영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워할 수 없는 현실주의자 글린다와 중력과 같은 편견에 맞서 날아오른 '서쪽마녀' 엘파바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영화, <위키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