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영화는 캐서린 스톡켓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1960년대 초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합니다.
1963년, 인종차별이 매우 심한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당시 미국 상류 계층의 여성과는 달리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는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아 집안일에 필요한 질문들에 답해주는 첫 업무를 맡습니다. 하지만 살림에 대해 알 리가 없는 그녀는 친구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 여성 에이블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렇게 짧은 인터뷰가 반복되며 둘의 관계는 점차 가까워집니다.
처음에는 집안일 칼럼으로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스키터는 자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삶의 버팀목이 돼준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을 생각하며 흑인 가정부들의 고충과 차별받았던 인생에 대한 실화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합니다. 스키터는 바로 에이블린에게 집필을 위한 인터뷰를 제안하지만 에이블린에게 있어 흑인이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백인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은 그 당시 매우 위험한 일이라 거절합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에이블린은 부당대우를 받는 흑인들의 이야기를 폭로하고자 스키터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이 작품의 화자인 에이블린 클라크는 평생 17명의 아이를 돌보며 가사를 해온 살림 베테랑으로 아이를 다루고 집안일을 하는 데에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흑인 가정부입니다. 그녀는 과거에 자신의 아들 트릴로어가 비 오는 날 백인 운전사가 운전하는 트럭에 치이고 마치 짐짝 취급을 당하며 죽어가던 모습을 잊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키터와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은 기도도 소리 내어하지 않는다며 매일매일 써왔던 자신의 일기를 그녀에게 읽어줍니다.
작중 힐리 홀브룩은 매우 차별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잭슨 주니어 연맹의 회장입니다. 'separate but equal'이라고 말하며 흑인에게는 이상한 병균이 있어 함께 화장실을 쓰면 병에 걸린다는 식의 선동을 일삼으며 흑인 가정부를 대상으로 한 위생법을 발의하려고 합니다. 그녀의 가정부 미니는 까칠하고 성격 있는 그러나 요리 솜씨가 아주 훌륭한 흑인 가정부입니다.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늦은 저녁 집 밖에 설치된 유색인 화장실에 갈 수 없어 몰래 집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고 하지만 눈치 빠른 집주인 힐리 홀브룩이 알아채 결국 힐리에게 모욕당하며 해고됩니다. 이렇게 부당 해고를 당한 미니는 자신의 동료인 에이블린과 함께 책 집필을 위한 인터뷰에 동참하게 됩니다.
2. 배경
이 영화에서 힐리 홀브룩이 말한 ' Separate but equal'(분리 평등 정책)은 당시에 실행되고 있던 법적 원칙으로써, 1868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인종 분리 정책이 미국 수정 헌법 제14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등장하였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학교와 공공시설, 대중교통, 의료시설, 주거 등에 있어 시설과 서비스의 질이 유사하다면 인종에 따라 사용 구역을 일부 제한하고 분리해도 모두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흑인들에게 제공되는 시설과 서비스의 질은 백인의 것에 비해 하찮았으며, 아예 흑인의 사용과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였습니다. 분리 평등 정책이라기보다 분리 차별 정책에 가까웠고, 이를 묵인한 정부와 사회는 이 원칙을 착실히 수행하며 심각한 인권침해, 인종차별 문제를 발생케 하였습니다.
이 정책은 1954년이 되어서야 연방 대법원의 브라운 판결에 의해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유색인종에 대한 사회, 정치적 차별은 지속되었습니다. 이에 마틴루터 킹을 필두로 흑인교회 목사들이 몽고메리 개선협회를 구성하여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운동이라는 이름의 대중 운동이 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지역에서 흑인들이 그들의 인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조직적인 대중 시위를 펼치게 되었으며 1964년 민권 법과 1965년 투표권 법에 따라 분리 평등 정책이라는 악법은 완전히 말소되었습니다.
3. 총평
저는 이 영화를 아주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니 부정적인 평가들도 보였습니다. 백인인 스키터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약자인 흑인 가정부들을 이용하고 착취한 게 아니냐 하는, 인종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가 아주 큰 인종차별의 굴레 안에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그 비판할 점도 포함해서 영화 자체에 큰 교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키터가 에이블린에게 인터뷰를 할 때 '가정부가 될 것을 알고 있었나요?' 물었습니다. 에이블린은 '당연하죠'라고 말하며 엄마도 할머니도 가정부였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거스를 수 없는 차별의 대물림 안에서 무기력해지고 움츠러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나가 보라는 스키터의 권유는 설사 스키터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설득이었더라도 에이블린은 그 사실보다는 세상에 나가려는, 나갈 수 있게 되는 자신의 첫걸음이 훨씬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에이블린은 결심하고, 그녀의 용기는 두려움을 이기고 저항하고 연대하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에게 말합니다. 백인인 자신의 고용인 앞에서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너는 친절하고, 똑똑하고, 소중한 존재야'라고 말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길을 나섭니다. 첫 발을 내디뎠기에 다음도 그다음도 용감하게 걸을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그녀들의 첫걸음 <헬프>. 추천합니다